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A·B형 나뉘고 정보마저 없어… 갑갑한 대입"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311/h2013111103341621950.htm

9일 오후 강남구 숙명여고 강당에서 열린 입시업체 이투스청솔의 대입전략설명회는 시작 20분 전 이미 1~2층 2,000석이 꽉꽉 들어찼다. 선 채로 설명회를 들은 이들까지 4,000여명이 찾았다.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인파다. 10일 있었던 메가스터디의 입시설명회에도 지난해보다 2,000명이 많은 1만6,000여명이 몰렸다. 하늘중앙교육학원, 대성학원의 입시설명회도 마찬가지로 북적였다. 

"참고할 데이터가 있어야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9일부터 일제히 시작된 유명 입시업체들의 대입전략 설명회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수준별 선택형 수능이 올해 처음 시행돼 비교할만한 배치표가 전무한데다, 대입전략의 관건이 될 영어 B형이 6월,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탓이다. 제주에서 상경한 고3 담임 강모(33) 교사는 이투스청솔 설명회에서 만나 "참고할만한 입시 데이터란 게 없으니 진학지도에 참고할 정보와 전략을 얻으러 왔다"며 "9~10일 열리는 입시설명회들을 본 뒤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 대다수가 반영하고 있는 영어 B형을 선택한 중위권 학생들은 극심한 혼전에 빠져있다. 영어 B형 지원자 수는 지난해 전체 지원자(66만2,064명)보다 약 33% 줄어(44만2,253명) 각 등급의 인원도 적어지고, 빠져나간 A형 응시자들은 중하위권이어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자연계열 재수생 김모(19)군은 "영어 B형을 선택했다"며 "9월 모의평가 때는 2등급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시험문제가 어려워 3등급이 될지, 4등급이 될지 애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군은 "도대체 어떻게 원서를 써야 할지 갑갑해서 직접 왔다"며 "점수가 낮아져 정시는 생각하지 못하고 수시에 '올인'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수시 치열해지고 재수 늘 듯 

정시 지원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아 수시 경쟁률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시행된 논술고사 응시율이 성균관대는 지난해 60%에서 올해 65%로, 숭실대는 55%에서 70%로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영어∙수학 B형이 어려워 수능을 못 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수능 중심의 정시보다 수시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입시업체들은 또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대폭 늘어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평소보다 점수를 덜 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영어의 선택형 수능이 없어지는 내년을 기대하고 재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내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없애는 대학들이 1,000명 정도 의대 정원을 늘려 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의 재수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선택형 수능을 강행한 정부에 대한 원망도 터져나오고 있다. 반포동에 사는 학부모 Y(49)씨는 "지난 정부에서 도입했더라도 이런 혼란이 있을 것이 예견됐다면 새 정부에서 올해부터 폐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대로 시행한 건 교육부의 무리수"라고 비난했다.

최상위권 합격선 하락 전망 

입시업체들은 올해 정시에서 최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에 지원하려면 수능 원점수 기준으로 39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성학원, 유웨이중앙교육, 비상교육, 이투스청솔, 종로학원, 진학사 등이 서울시내 주요대학 11개교의 예상 합격점수(원점수 400점 만점 기준)를 추정한 결과 서울대 경영대는 393∼396점을, 서울대 의예과는 391∼392점을 받아야 합격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보다 서울대 경영대는 1~3점, 의예과는 3~6점 낮아진 것으로, 그만큼 올해 수능이 최고난도 문항이 포함되는 등 더 어려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