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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백진희가 미워할 수 없는 4차원 악녀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배우 백진희는 11월1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연출 한희 이성준) 6회에서 원나라 최대 권신 연철(전국환 분)의 딸 타나실리로 분해 황제 타환(지창욱 분)을 정략결혼 상대로 마주하는 강렬한 첫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중 백진희는 성격이 개차반이라고 소문난 황후 타나실리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부친을 닮아 악독한 성격을 지닌 타니실리는 가족 등 주변 인물조차 통제가 불가능한 인물. 때문에 데뷔한 이래 이같은 천방지축 악녀 캐릭터에 도전한 경험이 없던 백진희는 타나실리를 연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 백진희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승냥(하지원 분)과 함께 최근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진취적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타환이나 연철 등 극중 남성 캐릭터를 돕는 단순한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 주인공 하지원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타나실리가 타환이 자신의 정략결혼 상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백진희는 "눈, 코, 입이 제대로 붙어있기는 한 거냐. 이게 팔려가는 게 아니고 뭐냐. 그리 겁 많고 어리석은 자와 초야를 치를 바에는"이라고 거침없는 푸념을 늘어놓는가 하면 타환에 대해 "병신 중에 상병신이라고 들었다" 등의 괴팍한 대사나 다소 경박하게 들리는 큰 웃음소리도 거뜬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11월18일 방송된 '기황후' 7회에서는 원나라 황실의 대모 격인 황태후(김서형 분)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황태후로 인해 대례식까지 황궁에서 혹독한 황후 교육을 받게 된 타나실리는 머리에 그릇을 얹고 차분하게 걷는 수업을 받던 중 "나 황후 안 할 거다. 다 때려치고 말겠다"며 그릇을 내동댕이쳐 웃음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타나실리로 분한 백진희는 황태후에게 "내명의 법도를 바꾸겠다. 내가 이곳의 주인이 되면 어차피 바뀔 법이다"고 말하며 황태후와의 팽팽한 기싸움 신을 무리없이 표현했다. 이같은 장면에서 백진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김서형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과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백진희의 탄탄한 연기 내공은 타나실리와 타환의 합궁 신에서도 빛을 발했다. 11월19일 방송된 '기황후' 8회에서 타나실리는 술에 취한 타환에게 "어서 지친 옥체를 이곳에 묻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를 유혹했지만 타환은 술 기운에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이에 타나실리는 "술을 더 가져오너라"고 외치며 술을 연거푸 들이붓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백진희는 지난 9월22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극본 하청옥/연출 이형선)에서 정몽현 역으로 호연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극중 박현태(박서준 분)와 정략결혼 후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디며 철없는 남편을 변화시키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는 지고지순한 재벌가 며느리를 연기하며 호평받은 것.
당시 백진희는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캐릭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배우로서의 대표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속 모습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눈길을 모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기황후'를 통해 완벽한 연기 변신을 이뤄냈다. 타나실리로 분한 백진희가 향후 '기황후'에서 황태후에 이어 승냥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며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 지 기대가 모아진다.(사진=MBC '기황후' 캡처)
황혜진 blossom@